[해외 한식당 특집] “로마에서 만난 엄마의 손맛”
박현제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5-07-19 09:30:05
로마 한복판, '맘마'가 있다
이탈리아 로마는 유럽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한식당이 분포한 도시다. 그 중심에는 ‘여행자들의 허브’라 불리는 테르미니 역이 있다. 이 역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국 음식의 향취가 번지는 공간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많다고 해서, 모두가 반가운 맛을 내는 건 아니다.
필자가 청소년들과 함께 유럽을 여행할 때, 로마는 한식당 선택이 조심스러운 도시였다. 김치찌개에 참기름을 뿌리거나, 발효가 덜 된 김치, 마늘향이 과한 찌개 같은, 익숙하지 않은 조리 방식이 낯설게 다가왔다. 일부 외국인 운영 한식당은 우리 입맛과 거리가 있었고, 그런 기억은 다시 찾고 싶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결국 피자와 파스타, 리조또로 식사를 대신한 날들이 많았다.
그러던 중 팬데믹 이후의 변화 속에서 ‘맘마꼬레아나(Mamma Coreana)’를 만났다. 이름처럼 따뜻한 집밥의 감성을 담은 한식 부페.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여행자들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한식의 거점’이었다.
“청소년들이 반응했다” – 진짜 한식의 힘
해외여행 중 청소년들과의 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입에 잘 맞는가’다. 조금이라도 낯설면 젓가락을 내려놓는 아이들에게 한식은 늘 리스크였다. 그러나 맘마꼬레아나는 달랐다.
이곳의 음식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다. 미역국에 밥 한 숟갈, 제육볶음 한 점, 무김치와 함께한 보쌈—모두 한국의 평범한 식탁 같지만, 낯선 여행지 한복판에서 만나면 이보다 더 반가운 밥상이 없다. 청소년들이 "또 오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가치가 담겨 있었다.
유럽 물가 속 가성비의 발견...위치와 접근성도 여행자에게 최적화
유럽에서 외식은 부담이다. 한식이라면 더 그렇다. 여러 반찬에 국과 밥이 함께하는 구성은 유럽 외식 문화에선 흔치 않다. 그러나 맘마꼬레아나는 ‘부페’라는 형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매일 12~15가지 반찬과 제육볶음, 양념치킨, 보쌈, 소갈비 같은 메인 요리가 제공되며, 국(미역국, 순대국 등)과 밥은 기본이다. 가격은 1인당 17유로. 유럽 외식물가를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인 수준이며, 추가금(2~3유로)으로 라면, 떡볶이, 찌개 등의 메뉴도 선택 가능하다. 양과 질, 그리고 가격까지 모두 잡은 공간이다.
맘마꼬레아나는 테르미니 역에서 도보 7분 거리,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인근에 위치해 있다. 관광 동선과 겹치는 지점이 많아 이동 중 한 끼 해결에 최적이다.
게다가 인스타그램(@mamma_coreana)을 통해 매일의 식단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유용하다. 특정 메뉴를 좋아하는 이들은 그날을 골라 방문할 수 있고, 정기 방문자에게는 ‘기대감’이라는 덤까지 제공한다.
한식은 이제 국경이 없다
한때 해외 한식당은 ‘향수 해소’에 그쳤지만, 이제는 다르다. 현지화된 조리와 합리적인 가격, 정체성을 지키는 감성까지 겸비한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맘마꼬레아나는 그 변화의 좋은 예다.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가족의 기억을 다시 쓰고, 아이들의 미각과 감성을 연결하는 곳. 맘마꼬레아나는 로마에서 꼭 들러야 할 의미 있는 한식 공간이다.
한식은 밥만이 아니다. 문화이고 정체성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따뜻한 국 한 그릇은, 결국 나를 지탱해주는 기억이 된다. 아이들이 커서 다시 로마를 찾을 때, 이 식당이 기억 속 ‘로마의 한국’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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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가치 여행자를 사로잡은 세계의 한식당』 시리즈는 청소년 가치 여행 전문 브랜드 ‘탄뎀(Tandem)’과 박현제 대표가 함께 준비한 콘텐츠입니다. 탄뎀은 청소년과 가족 여행자를 위한 맞춤형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치 있는 여행’을 통해 자립심과 문화적 감수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박현제 대표는 여행 콘텐츠 기획자이자 현장 기록자로, 세계 곳곳의 한식당을 직접 찾아다니며 음식과 공간,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냅니다. ‘청소년 가치 여행자를 사로잡은 세계의 한식당’ 시리즈는 여행자들에게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문화와 정체성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도시에서 한식을 매개로 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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