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알록달록 파프리카 색깔 속에 숨겨진 놀라운 효능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1-22 19:54:36
생으로는 상큼하게, 기름엔 더 깊게…흡수율까지 챙기는 섭취법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목이 칼칼해지며 감기가 자주 찾아오는 계절이면 자연스럽게 비타민C를 찾게 되는데, 과일보다 더 ‘채소다운’ 방식으로 비타민을 채워주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파프리카다. 빨강·노랑·주황·초록, 색이 다채롭다는 사실만으로도 건강해 보이지만, 파프리카의 진짜 매력은 '예쁜 채소'를 넘어 영양이 꽉 찬 ‘식탁용 영양제’라는 데 있다. 비타민C는 기본이고, 베타카로틴과 각종 카로티노이드, 칼륨, 식이섬유가 고루 들어 있어 면역과 항산화, 혈관·눈 건강까지 한 접시에 묶어낸다.
파프리카의 색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익어가는 과정이다. 덜 익은 상태에서는 모든 파프리카가 초록빛을 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엽록소가 줄고 대신 카로티노이드 계열 항산화 성분이 늘어나며 빨강·노랑·주황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즉, 색 변화는 ‘성분 변화의 기록’이다. 그래서 흔히 빨간 파프리카가 가장 ‘완성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 오래 달려 익는 만큼 비타민A 계열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타민 C는 어떤 색깔의 파프리카에 가장 많을까?’. 많은 영양사 코멘트와 연구 요약에서는 빨강이 비타민C·비타민A 모두 높다는 흐름이 강하지만, 반대로 “초록이 비타민C가 더 많다”는 주장도 종종 보인다. 이 차이는 대개 품종, 재배 환경(일조·온도), 수확 시기, 저장·유통 과정, 분석 방식에 따라 생긴다. 그러니 ‘한 색만 고집’하기보다, 색의 특징을 알고 상황에 따라 고르는 전략이 가장 실용적이다.
빨강·노랑·주황·초록, 색마다 ‘역할’이 다르다
먼저 빨간 파프리카는 ‘항산화의 중심’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카로티노이드 계열이 풍부해 세포 산화 스트레스 관리에 힘을 보태고, 비타민A(전구체 포함) 측면에서도 존재감이 크다. 면역의 뼈대는 비타민C지만, 면역이 ‘과열’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항산화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 빨강은 바로 그 균형을 두껍게 만들어주는 쪽에 가깝다.
노란 파프리카는 상대적으로 ‘혈관과 눈’ 키워드로 자주 묶인다. 혈액 순환과 관련된 성분과 함께,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루테인·제아잔틴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노란 파프리카는 맛이 부담 없이 부드러워 생식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주황 파프리카는 빨강과 노랑의 ‘중간 다리’처럼 쓰기 좋다. 단맛이 강해 아이 반찬이나 샐러드에 넣으면 거부감이 적고,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 섭취를 ‘맛있게’ 이어가는 데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초록 파프리카는 ‘다이어트와 가벼움’이 강점이다. 아직 당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단계라 같은 양을 먹어도 열량 부담이 낮고, 풋풋한 향이 살아 있어 요리의 균형을 잡아준다. 씹는 맛이 분명해 포만감에도 도움이 된다. ‘면역=비타민C’만 생각하면 빨강에 손이 갈 수 있지만, 매일 먹는 채소로 보면 초록의 역할도 분명하다.
‘생으로’와 ‘기름에’ 사이…파프리카를 가장 똑똑하게 먹는 법
파프리카는 조리법에 따라 장점이 바뀐다. 비타민C는 열에 약한 편이라 “면역을 위해 비타민C를 최대한 챙기고 싶다”면 생으로 먹는 방식이 직관적이다. 샐러드에 얇게 썰어 올리거나, 요거트·치즈와 곁들이면 한 끼의 만족도가 커진다. 다만 장이 예민한 사람은 생 파프리카가 불편할 수 있다. 일부 성분(렉틴 등)이 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속이 약한 날에는 익혀 먹는 쪽이 안전하다.
반대로 베타카로틴·캡산틴 같은 지용성 항산화 성분은 기름과 만나면 흡수율이 좋아진다. “파프리카는 생으로만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아쉬운 이유다. 올리브오일에 살짝 볶거나, 오븐에 구워 단맛을 끌어올리면 항산화 성분의 ‘실제 흡수’ 측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요령은 간단하다. 센 불에 짧게, 혹은 오븐에 굽되 너무 오래 익히지 않기. 영양은 지키고, 식감은 살리는 쪽이 정답이다.
파프리카 vs 피망…비슷해도 ‘식탁에서의 역할’은 다르다
겉모양이 비슷해도 피망은 과피가 얇고 향이 더 풋풋하며, 파프리카는 과육이 두툼하고 단맛이 강해 생식에 더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샐러드·스틱채소에는 파프리카, 강한 양념이나 볶음에는 피망을 쓰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선택은 영양만이 아니라 식감과 향, 조리 목적까지 포함한 ‘요리의 의사결정’이다.
파프리카의 결론은 단순하다. 한 가지 색에 답을 고정하기보다, 익은 정도와 조리법을 나눠서 활용하는 것이 영양을 가장 안정적으로 가져오는 길이다. 빨강은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A 계열로 ‘기본 체력’을 두텁게 하고, 노랑·주황은 눈과 혈관, 피부 컨디션을 보완한다. 초록은 열량 부담이 낮아 매일 먹기 좋다.
면역을 위해 비타민C를 챙기고 싶다면 생으로, 카로티노이드 흡수를 높이고 싶다면 기름에 짧게 익혀 먹는 식으로 섭취 방식을 섞어보자. 결국 파프리카는 ‘어떤 색이 더 좋으냐’보다, 얼마나 자주, 어떻게 식탁에 올리느냐가 건강 효과를 좌우하는 채소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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