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몸속 ‘혈관 청소부’ 미나리, 간·장·피부까지 책임지는 디톡스 채소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09 23:46:57

간 해독·숙취 완화·중금속 배출까지 해결하는 미나리
영양소를 모두 챙기는 법, 올바른 손질·조리에서 시작된다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미나리는 마트에서 자주 마주치는 흔한 채소지만, 미나리만큼 몸 곳곳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식재료도 드물다. 김치 속에 숨은 채로 국물 맛을 시원하게 살려주고, 삼겹살 옆에서 느끼함을 잡아주며, 해장국 위를 가볍게 덮고 있을 뿐인데 그 안에는 간, 혈관, 장, 피부, 뇌까지 두루 챙기는 성분들이 빼곡하다. 가격이 예전보다 훌쩍 오른 이유도 알고 보면 납득이 간다. 한 단의 미나리는 단순한 향채가 아니라 현대인의 건강을 지키는 ‘녹색 필터’에 가깝다.

간과 혈관을 돕고 숙취를 줄이는 ‘디톡스 파트너’

미나리가 숙취 해소 음식으로 알려진 데는 전통적인 경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전주 지역에서 재배된 물미나리 추출물을 이용한 인체시험에서는 음주 전 미나리 성분을 섭취했을 때,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중 알코올 농도와 두통을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히드 수치가 더 낮게 나타났다. 숙취 증상 회복 속도 역시 눈에 띄게 빨랐다.

이 효과의 배경에는 미나리 특유의 향을 만드는 이소람네틴, 페르시카린(또는 페르시카라이드) 같은 플라보노이드가 있다. 이들은 간에 쌓인 활성산소와 독성 물질을 줄이고, 알코올 대사를 도와 간 기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음주가 잦거나 지방간·콜레스테롤 수치가 걱정된다면, 미나리를 자주 식탁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간에게 작은 ‘여유 시간’을 줄 수 있다.

미나리는 ‘혈관 청소부’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채소다. 칼륨이 풍부해 과하게 들어온 나트륨을 잡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안정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 고혈압·동맥경화·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중금속에 대한 ‘흡착력’이다. 미나리는 토양과 물속의 카드뮴, 납 등 중금속을 끌어당기는 힘이 강해 수질 정화 식물로도 활용된다. 사람에게는 이 특성이 장 속에서 작동해, 식이섬유와 함께 유해 물질을 감싸 대변과 함께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미세먼지와 각종 환경 오염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미나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장-뇌-피부를 잇는 ‘디톡스 루트’

장 건강은 곧 뇌와 정서 상태, 피부 컨디션과도 연결된다. 이른바 ‘장-뇌 축’이다. 미나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고 노폐물 배출을 도와 변비나 복부 팽만감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장이 편안해지면 머릿속 안개가 걷히듯, 집중력과 기분이 안정됐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피부 쪽에서도 미나리는 할 일이 많다. 퀘르세틴, 캠페롤 같은 항산화 성분은 체내 활성산소를 줄여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아토피·건선·여드름 등 만성 피부 트러블의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순히 ‘피부에 좋다’는 수준을 넘어, 몸 전체의 독소 순환을 조절함으로써 피부 상태를 관리하는 ‘안쪽 스킨케어’에 가깝다.

뇌 건강 측면에서 보자면, 향긋한 미나리 향에 포함된 방향 성분이 긴장을 낮추고 머리를 맑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보고도 있다. 스트레스가 많아 머리가 무겁고 잠이 잘 오지 않는 날, 무침이나 나물 형태로 미나리를 곁들이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미나리는 단순한 해독 채소가 아니다.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영양소 저장고’ 역할도 한다. 칼슘·철·인·망간·칼륨이 고루 들어 있어 뼈와 혈액, 에너지 대사를 지원하고, 비타민 K는 골밀도 유지와 혈액 응고에 관여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A와 C, 베타카로틴은 눈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미나리는 이 성분들을 함께 가지고 있어 시력을 보호하고 안구 피로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비타민 C는 기미·주근깨 같은 색소 침착을 완화하는 데도 관여해, 피부 미용을 신경 쓰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채소다.

제대로 먹어야 진짜 효능 뛰어나… 손질과 조리법

효능이 뛰어난 만큼 주의할 점도 분명하다. 미나리는 물과 흙 속 중금속을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특히 뿌리 부분에 중금속이 집중될 수 있다. 가능하면 뿌리는 잘라내고 줄기와 잎 위주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가열’이다. 미나리는 간흡충 같은 기생충의 중간 숙주가 될 수 있어, 생즙이나 녹즙 형태로 마시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사용 전에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군 뒤, 식초를 탄 물에 잠시 담가 세척하고 다시 한 번 헹궈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리할 때는 소금물을 살짝 끓여 30초 안팎으로 데치는 방법이 추천된다. 너무 오래 익히면 비타민 C와 칼륨이 손실되지만, 짧게 데치면 향 성분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오히려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면 향은 살리고 아삭한 식감도 유지할 수 있다.

일상 식탁에서 미나리를 활용하는 법

미나리는 활용 범위가 넓어 일상 식단에 부담 없이 녹여 넣을 수 있다. 삼겹살을 구울 때 상추와 깻잎 사이에 미나리를 한 줄기 얹으면, 고기의 포화지방을 플라보노이드가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특유의 향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김치에는 속재료로 썰어 넣으면 국물 맛이 훨씬 시원해지고, 미나리강회처럼 편육이나 달걀지단을 돌돌 말아 만들어도 좋다. 생선찌개·전골에는 넉넉히 넣어 해독 작용을 기대할 수 있고,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치면 입맛을 돋우는 반찬이 완성된다.

중요한 것은 거창한 별식이 아니라, 미나리를 ‘늘 조금씩’ 식탁에 올리는 습관이다. 한 접시의 미나리가 간을 가볍게 하고 혈관을 맑게 하며, 장과 피부, 뇌에까지 조용히 영향을 미친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복잡한 보충제를 고민하기 전에, 장바구니에 미나리 한 단을 더 넣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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