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Story / 전성운 셰프(나주 참치전문점 ‘삿뽀로’ 대표)> 나주의 식재료로 '가이세키' 요리를 꿈꾸다

조용수

| 2018-07-15 10:34:58

- 일식 조리사는 칼끝으로 음식 맛을 표현해야
- 냉동참치는 조리사의 해동 기술에 맛이 좌우

고단백이면서 저지방, 저칼리 어종인 참치는 DHA, EPA, 셀레늄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뇌활성화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다이어트 음식과 치매효과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평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업상 접대와 가족모임에 자주 찾는 외식메뉴이기도 하다. 전라남도의 옛 수도였던 나주시내에 위치한 ‘삿뽀로’는 참치를 전문으로 나주 최고의 참치전문집이다.
writer & photo _조용수 기자

Chef Story

“나주만의 섬세하고 미학적인 일식요리를 연출하고 싶습니다”
나주의 식재료로 가이세키 요리를 꿈꾸는

전성운 셰프

"참치 뱃살에 고추냉이를 올리고 드시면 담백한 맛이 입안에 쫙 퍼집니다. 뱃살 다음으로 기름기가 적은 가마살은 근육 사이 막 흰색 띠가 더 엷어 뱃살보다 부드럽습니다. 소고기 육회 모양새를 하고 있는 볼살과 울대살은 기름기가 가장 많고 지방층이 두꺼워 탄력이 좋아 뱃살보다 오래 씹힙니다.”

‘삿뽀로’가 나주 최고의 참치전문점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바로 참치를 다루는 ‘진성운’ 대표의 28년 일식 조리사의 노하우가 참치의 결결마다 맛과 식감으로 배어 있기 때문이다. 참치는 생참치와 냉동 참치를 주로 취급하는데 생참치는 가격 면과 물량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참치전문집에서는 냉동 참치를 사용하고 있다. 냉동 참치의 맛은 대부분 사람들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일식셰프의 해동기술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  
 

해동의 기술이 기초과정이라면 참치를 해동하고 어떠한 온도에서 얼마의 시간으로 숙성시키냐가 조리사만의 노하우다. 28년 동안 일식 조리사로서 각종 어종을 취급해 온 ‘진성운’ 대표의 머리와 가슴에 횟감에 대한 데이터가 수록되어 있어 만나는 횟감마다 자동으로 인지되어 요리하고 있다.

“냉동참치 맛은 해동 과정에서 결정 납니다. 저는 총 3단계에 걸쳐 4시간 정도 해동하고 있습니다. 처음 흐르는 물에서 이물질을 제거한 후, 간숫물(소금물)에 넣고 굳은 참치에서 냉기를 뺍니다. 이후 '0도' 안팎의 온도에서 최고의 참치 맛으로 숙성시키고 있습니다. 그날 해동해서 쓴 참치는 그날 다 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다시 냉동고에 넣었다간 사용한다면 맛도 없을뿐더러 위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삿뽀로’의 요리에는 많은 추억과 경험이 묻어 나온다. 28년 조리사로 서울 호텔 일식당과 강남의 삼경, 어도 등 일류 일식당에서 근무한 경력이 그의 칼끝을 통해 한 점 한 점 묻어 있다. 나주가 고향인 그는 2013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나주에 일식 요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귀향한 이유도 고향인 이곳에서 나머지 인생의 종착역으로 생각하고 음식 하나하나에 자신을 찾아준 고객들의 맛과 건강을 생각하며 온 정성으로 요리하기 위함이다.

일식에서 정식을 ‘가이세키’ 요리라고 하고 주방장의 그날그날의 기획에 따라 메뉴를 결정해 고객의 식탁에 내놓는 것을 ‘오마카세’라고 한다. 서양식 코스요리처럼 애피타이저를 시작해 디저트까지 일식 요리 코스 과정을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해 계절별·지역별 안배를 통해 연출하는 요리를 말한다. 나주에서 일식당에서 종사하는 일식 조리사 중 손에 꼽을 만한 실력을 겸비한 그가 일식 전문식당을 포기하고 참치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식재료의 공급문제이란다. 지리적으로 바다와 근접해있지 않기 때문에 싱싱한 생선을 자주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숙성시킨 선어로 일식집을 운영할 수도 있지만, 선어의 기본도 좋은 활어의 공급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냉동참치를 취급하는 참치전문점으로 전업한 이유를 설명한다.

“전문 일식집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종류의 좋은 식재료가 필요합니다. 단품으로 요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리들이 서로 보완하여 앙상블을 이루도록 연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식 전문 식재료가 다양한 그곳에서 영업해야 합니다. 저의 삿뽀로가 위치한 나주 관아 부근은 그 점이 부족합니다. 새로 생긴 나주 혁신도시에는 가능할 수 있지만, 지금의 옛 도시에서는 고객 관리부터 식재료 사입이 불편해 참치전문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혁신도시에서 새로운 매장 개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오랜 조리사 생활에 지친 심신을 요즘 명상과 그림 그리기를 통해 치유하고 있다는 ‘삿뽀로’ 진성운 대표. 시끌벅적한 곳을 피해 차분히 앉아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을 때 ‘삿뽀로’를 찾아 달라며 참치의 볼살·울대살(목살)·가마살·뱃살, 눈다랑어 가마살과 뱃살, 황새치 뱃살 등 여러 부위의 맛을 조용히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한다.

언제나 친구처럼 말벗이 되어줄 수 있는 마음으로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는 ‘삿뽀로’는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들도 툭 털어놓고 가는 그런 업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진성운 대표의 순박한 웃음에서 한여름의 갈증을 해소하는 시원한 탄산음료 같은 신선함을 느
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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