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의 와인소풍 일곱번째 나들이, 냉삼겹살에 어울리는 와인 'All That Wine & Spirits Mariage'

이철형

winepicnic4u@gmail.com | 2024-09-02 00:33:22

[Cook&Chef=이철형 칼럼니스트] 동두천시 지행역 인근에 냉삼겹살 맛집이 있다. 3년전 초겨울 어느 비오는 날 삼겹살이 먹고 싶어서 동네 맛집을 검색해서 맛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만석인데다가 소리가 막 울려서 너무 시끄럽다는 느낌이 들어서 대안으로 다시 두번째 검색해서 찾아간 집이 이 집이다. 초겨울이다 보니 입구에 천막 같은 걸 져놓았고 비닐문을 열고 들어가니 좀 허름해보였다.


그래도 들어왔으니 냉삼겹살 전문집인지라 냉삼겹살을 시켰더니 반찬과 함께 냉삼겹살이 나왔는데 어라 이것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냉삼겹살도 맛있고 반찬 하나 하나가 다 맛있다. 파무침은 그때 그때 무쳐서 나오고 콩나물 무침도 맛있다. 심지어는 김치도. 그리고 신의 한수는 향이 진해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미나리가 나온다. 상추와 깻잎과 배추는 기본이고, 무생채도 나오는데 이것 역시 간이 세지 않고 지나치게 달지도 지나치게 맵지도 않다. 색깔만 놓고 보면 매워 보이는데. . 모든 반찬까지 맛집이라니. .
 

그래서 사장님께 이거 프랜차이즈 내달라는 사람 없었냐고 물었더니 있단다. 맏아들이 의정부에서 하나를 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이 한 명 더 양주에서 하려고 한단다. 그래서 사장님 앞으로 프랜차이즈로 성공하시겠다고 덕담을 하고 첫 날 둘이서 10만원 가까이 먹고 나오면서 우리가 와인을 파는데 앞으로 와인 가져와도 되냐니까 흔쾌히 얼마든지 가지고 오란다. 그리고는 작년까지는 적어도 두 달에 한번씩은 이 집을 찾게 되었고 갈 때는 와인을 가져가서 사장님과 거기 홀에서 근무하는 아주머님께 한 잔씩 드리곤 했다.


금년 들어 이런 저런 이유로 자주 못 가다가 간만에 지난주에 4명이서 들렀다. 내추럴 와인과 피노누아 레드 와인을 들고.. 각자 좋아하는 술을 먹느라 막걸리파와 와인파로 나뉘어서 서로의 술도 맛보면서 냉삼겹살과 막걸리와 와인을 먹고 마셨다. 막걸리는 막걸리용 전통의 작은 양푼이잔에 와인은 맥주잔에!^^ 

서론이 길었지만 오늘은 그 궁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걸리를 주문했더니 자기 집에 없지만 사다주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황송해하며 나온 막걸리를 보니 지평 막걸리다. 이게 서울 생막걸리 만큼 요즘 유명하게 된 막걸리인데. . 과거 음식점에서 서울 막걸리밖에 없었을 때 지평 막걸리는 달지 않아서 좋았고 그것 때문에 널리 판매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 전에 마셔본 바로는 이것이 달아졌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혹시나 하고 마셔봤더니 더 달아진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아닌데 싶기는 한데 일행들은 좋단다. ^^


지평 생막걸리라는데. . 유통기한은 한달인 듯하고. 제조일자는 없고 유통기한만 8월 20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첫병은 거의 다 따르면서 보니 유통기한이 7월30일로 6일이나 경과한 것이었다. ㅠㅠ 일단 사장님이 편의점에서 사오신 줄 알고 이거 유통기한 지났다고 하니 이거 마침 가게에 한병 있던거란다. 그래서 이미 마셨겠다 뭐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2병을 더 시켰다. 원래는 한병만 마실려고 했는데. .ㅎㅎ 결국 2병은 사다 주셨다. 그래도 우리가 예의가 있고 왠지 막걸리파가 술이 잘 들어간다고 하니. .

우선 지평 생막걸리와 이 집 냉삼겹살은 어울린다, 이 집의 반찬들이 그다지 달지 않고 간의 균형이 맞추어져 있기에 지평 생막걸리의 단맛과 냉삼겹살과 양념과 함께 먹는 것이 서로의 맛을 보완해준다. 막걸리파는 위의 맑은 술을 따라 마시고 마지막에 바닥에서 올라오는 앙금은 잘 마시지 않는 쪽이어서 내가 맑은 부분부터 마지막의 흔들어서 만든 탁주까지 둘 다를 맛보았다. 

내추럴 와인은 독일 라인헤센 오펜하이머에서 칼 코흐(Carl Koch)가 리슬링 (Riesling), 피노그리(Pinot gris), 피노 블랑(Pinot Blanc), 샤르도네(Chardonny)의 4가지 화이트 품종과 레드 품종인 피노누아(Pinot Noir)로 만든 펠트꾸베 다이버스(Feldcuvee Divers)라는 로제 와인이다. 와인컨슈머리포트에서 전문가 90점 골드, 소비자 88점 실버를 받은 와인인데 색깔만 놓고 보면 황금색이라서 도저히 로제 와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카달로그에는 확실하게 로제인데. .^^

이 와인은 연간 생산량 1,600병밖에 안되고, 피노누아를 송이째 압착해서 다른 화이트 품종들과 함께 1주일 침용 후 1968년 제작된 1200리터 캐스크에서 5개월간 효모(Lie)와 함께 숙성후 SO2 첨가 없이 병입하여 만들었다.
이산화황을 넣지 않으면 색보존과 부패균 방지가 어려울텐데, 와인이 유통기한이 없기는 하지만 이러면 장기 보관이 곤란한데. . 참 고생하며 순수성을 지키려고 힘들게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와인을 입에 머금으니 묵직한 내추럴 와인 특유의 산미가 향에서부터 느껴지면서 꽃향, 허브향, 과일향과 함께 오렌지 향과 스파이시한 향이 나고 산미가 강하고 살짝 탄닌의 터치가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서 산미는 일반 스틸 와인의 상쾌하고 신선하고 상큼한 산미가 아니라 묵은 지가 주는 은근 묵직한 느낌이 있는 그러나 상큼하면서 자꾸 마시게 만드는 묘한 산미다. 그러다 보니 냉삼겹살을 먹고 이 와인을 마시면 입가심을 시원 상큼하게 해주면서 입안에 과일향과 꽃향이 여운처럼 남아서 기분을 유쾌하게 해준다. 더구나 냉삼겹을 상추와 깻잎에 싸서 마늘, 고추, 된장에 무채나 콩나물무침, 심지어는 미나리와 함께 쌈을 싸서 먹고 이 와인을 마셔도 그 산미가 진한 양념의 향에 지지 않고 어우러지고 채소와 마늘향에 부족한 꽃향과 과일향을 함께 느끼게 해주니 이런 조화로움이 이 내추럴 와인 아니면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묵은지에 냉삼겹살을 싸먹는 것과는 또 다른 상큼함과 향기로움의 경험이다.

다음은 피노누아 레드 와인과 함께 냉삼겹을 먹어보았다. 이 레드 와인은 루마니아에서 프리미엄 와인의 교과서로 소문난 부두레아스카(Budureasca)라는 와이너리가 만든 와인으로 브랜드명은 바인 인 플레임스(Vine in Flames) 피노누아(Pinot Noir)이다. 이 와인은 이 와이너리가 수출 전용으로 만든 와인으로 바인 인 플레임스라는 브랜드명은 약 2000년전 다키아 왕국시절 한 왕이 오딧세이에도 등장할 정도로 이 지역 와인이 유명하여 이웃국가들이 자꾸 침범하니 백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아예 포도원을 불살라버린 고사에서 유래했다. 이 와이너리가 그 고사를 부활시켜 그 잿더미 위에서 만들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이 와이너리가 그리도 맛있는 와인을 생산하던 지역에 있고 둘째는 역사속에서 백성을 그리도 사랑한 왕이 있었다는 고사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것이란다.


약 2000년전 불태운 포도원에서 다시 부활한 와인! 이 피노누아는 프랑스의 피노누아와 달리 색깔이 좀 짙은 편이다, 언뜻보면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네비올로 같다. 색깔만큼 향도 조금 진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 지 냉삼겹살을 기름장에만 찍어 먹을 때는 깔끔한 입가심과 함께 와인 향이 확 살아나고 냉삼겹살을 상추에 온갖 양념을 다 올려서 먹을 때에도 그 향과 맛이 결코 양념향과 맛에 압도되지 않고 서로를 밀어주어 각자의 향과 맛을 더 살려주는 조화로움을 선사한다. 피노누아가 주는 체리향, 장미향에 스파이시함까지 곁들여 있고 적당한 산미과 탄닌감이 기름진 냉삼겹살과 각종 양념이 가진 풍미와 잘 어우러진다, 채소밭 속에 꽃과 과수원이 같이 있다고나 할까?^^

내친김에 돼지 껍데기도 시켰다. 그리고 마무리로 비빔밥과 비빔국수를 주문하면서 사장님께 가맹점이 몇 개나 되느냐고 여쭈었더니 10개란다,^^ 벌써! 그래서 그랬다 20개가 되면 우리가 수입하는 와인 입점하는 것으로 하자고. 그 사장님도 내추럴 와인이 너무 맛있다고 하신다! 엄지 척이다!

그렇게 유난히도 무더운 2024년 8월초의 한여름 저녁이 흘러갔다. 우리 일행은 그 분위기를 살려 근처의 노래방으로 고고! 이런 것이 폭염과 무더위도 잊는 소소한 즐거운 장미빛 인생 아닌가 싶은 한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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